칼럼 | '제약산업의 친구' 조용히 잠들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노경식 슬롯사이트 지니의 부고는 4월25일 법률신문을 통해 그가 뿌리를 내리고 있던 법조(法曹) 커뮤니티에조용하게 알려졌다. 하지만,그의 행적을 따라가면 그의 죽음은 제약산업계와 의료계로부터 조문받아 마땅할만큼 아쉬움을 동반하고 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고 했다지만 제약산업계는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그를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업계가 마주한 복잡한 문제들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내 명쾌한 대응 논리를 세웠던 분'이라고입을 모았다.

서울지방법원 등에서 9년간 판사로 재직하다가 2002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간 노 슬롯사이트 지니는 2001년 전문위원으로 합류해 있던 이재현 전문위원(전성균관대 약대 교수)과 함께 보험약가 정책에 이정표가 될만한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름하여 '약가고시의 처분성과 제약회사의 원고적격 인정'이다.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고시는 행정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것이어서구체적인 사실에 관해 특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처분성이 없고, 따라서 제약사가 해당 고시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원고로서자격 또한 없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한마디로 약가고시는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노 슬롯사이트 지니가 보란 듯이 깨어 판례를 형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제약사를 대리한 노 슬롯사이트 지니와 이 전문위원은 "약가고시가 비록 형식은 고시라 하더라도 내용으로 보면 특정 품목의 약가를 변경하는 구체성이 있어 이로인해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했고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슬롯사이트 지니고시로 인해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제약사에게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 재판을 통해 제약사가 승소함으로써 정부의 무분별한 슬롯사이트 지니인하에 제동이 걸렸을 뿐만아니라 다른 행정행위(예를 들어 무리한 수거폐기 지시 등)에 대해서도 견제할 수 있다는 파급효과를 잉태했다. 이 판결은 행정권력을 두려워 해 움츠려 있던 제약산업계가 정당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시작점이었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던 헬스케어 법률시장을 선구적으로 개척하는 데 뜻이 잘 맞았던 이재현 전 성균관대 약대 교수(왼쪽)와 4월 25일 별세한 노경식 슬롯사이트 지니. 사진 = 이재현 교수.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던 헬스케어 법률시장을 선구적으로 개척하는 데 뜻이 잘 맞았던 이재현 전 성균관대 약대 교수(왼쪽)와 4월 25일 별세한 노경식 슬롯사이트 지니. 사진 = 이재현 교수.

노 슬롯사이트 지니는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의학적 임의비급여 의료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공개변론을 통해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 진료행위가가능하도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법원 판례를 형성하며 약가소송 분야를 개척했으며, 20여건의 약가관련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건강보험, 보험약가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제약산업계의 친구였지만 쓴소리를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7월23일 '한국제약협회 윤리헌장 제정의 의의와 성공 요건'이라는 제목으로 제약회사 CEO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윤리경영(준법경영)은 세계적 추세다, 우리나라 다른 인더스트리도 마찬가지"라며 '장사 잘하는 것보다 벌금 등을 줄이는 게 최고경영자들의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는 중앙일보 2013년 11월 19일자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한스-파울 뷔르크너의 인터뷰를 인용해 제약회사 CEO들의 인식과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한 정부 정책과 제도를 소개하며 "경영이념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제약산업계는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친구를 잃었다.

그의 천재성은 늘 겸손한 표정과 미소 속에 있었다고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보험약가업무를 담당해 그와 일할 기회가 많았던 장우순 상무이사는 "오늘 날 Chat GPT의 면모를 그에게서 보았다"고 추억했다. 장 상무는 "어려운 문제를 들고 찾아가면 5분에서 10분가량 이야기를 들으시곤 화이트 보드에 문제부터 대응논리까지 스토리 보드처럼 쓰십니다. 그것도 또렷한 정자체로 말이죠. 그리고는 이렇게 합시다 하는데, 저나 배석했던 슬롯사이트 지니들이나 전혀 이견이 없었습니다."고 회고했다. 이재현 교수도 기억을 보탰다. "10분 가량 자유로이 했던 구술이 변론문의 명 논리, 명문이 될 때 내가 저런 말을 했나할 만큼감탄했다"고 했다.

탁월한 능력 이전 그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이 교수는 "김앤장은 나에게 새 도전이었는데 슬롯사이트 지니도 아니면서 로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뻔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있을 때도 노 슬롯사이트 지니는 불편부당함 없이 있는 그대로 실력과 실적으로 대우해 줬다"고 했다. 건조할 것이라는 판사의 이미지와 다르게 해맑게 잘 웃었던 그는 약사 공무원 경력을 토대로 새 직역을 확대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이 교수를 늘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김앤장에서 일한 11년 간 대부분 일들을 슬롯사이트 지니와 함께 했는데, 노 슬롯사이트 지니는 나이로는 어린 동생이었지만 동생같지 않은 속깊은 친구로 기억된다"며 그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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