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제약업계에 신약개발 열풍 일으켜

고 임성기 회장이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운영할 당시 약 봉투(바카라 에볼루션 DB)
고 바카라 에볼루션 회장이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운영할 당시 일간신문 광고(바카라 에볼루션 DB)

이 어인 일인가. 2020년 8월 2일 점심, 한미약품 바카라 에볼루션 회장님께서 이날 새벽 녘 홀연히 떠나셨다는 믿기지 않는 기별이 왔다. 깜짝 놀랐다. 만감이 교차했다.

오래 전, 먹고 살자고 초면부지에 무턱대고 3장짜리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띄운 것이 인연이 돼, 임 회장님을 모시게 됐었다.

마지막 가는 길목, 임 회장님의 저렇게 해맑고 천진하게 웃는 모습을 뵈니, 왜 이리눈물이 날까.

그분은 1940년 3월 1일 '김포 통진'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만 80세다. 100세 시대에 너무나 짧은 삶이다. 한창 일하시다 말고 무어가 다급해 그렇게도 일요일 아침 일찍 떠나셨을까.

그분은 별났다. 다양한 약사(藥師)의 길을 걸었다. 중대약대 졸업 후 곧바로 JW중외제약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약국도 1966년부터 20년 가까이 직접 경영했다. 당시 유명했던 동대문의 그 '바카라 에볼루션 약국'이다.

이곳에서 한미약품을 세계에 알린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라는 제약 기반기술이 잉태됐다. 의약품 유효성이 몸속에서 오래 지속되게 하는(long acting) 기술이다. 이 기술은 그분이 그 약국에서 발견, 창안한 '항생제+프로베네시드(probenecid)'의 조제 비법을 모태로 하고 있다.

1973년 6월 그분은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를 창업했다. 그 후 한미정밀화학, 북경한미약품, 온라인팜, 제이브이엠, 한미JAPAN 및 한미EUROPE 등을 일궈냈다.

그분은 "모든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을 필생의 소신으로 여겼다. 즉, '인간존중, 가치창조를 바탕으로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라고 여겼다.

그분은 그 수단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미약품이 'No.1 R&D로 글로벌 신약'에 도전해 세계가 인정하는 복합 신약의 명가(名家)가 되면,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사명(使命) 일부의 결실인 2015년의 어마어마한(약7조원)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이, 120년 역사를 가진 한국제약바이오업계에 신약개발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볼 때 그분은 한국 신약개발의 태두라 할 수 있다.

그분의 경영철학과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확고했다. 키워드(key word)는 창조성·차별화·집중화·철저한 관리·인재 육성 및 고객 제1주의 등 6가지로 대표된다.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 돌다리 두드리듯 숙고해서 결정하면 물이 나올 때 까지 한 우물을 파는 집중력 등을 최고의 경영수단 가치로 봤다.

관리는 TQC(total quality control, 전사적 품질관리) 관점 하에 PDCA(Plan, Do, Check, Action) 사이클을 철저하게 돌렸다.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그분의 성격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었다. 항상 부드러웠다. 때에 따라 책임 추궁을 당하면도 싫지 않았다. 이런 분을 모셔 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바카라 에볼루션 회장님,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이승에서 있었던 일 모두 훌훌 던져버리시고 천당에 오르시어, 못다 하신 바둑이랑 골프랑 즐겁게 두고 치시면서 영생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못난 후배, 눈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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