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상임고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관으로 9월 25일 GC녹십자에서 열린 '바이오 상생교류회'에 참석하였다.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 및 투자 진행방안을 발표한 보건복지부 정은영 국장부터 좋은 강의와 주제였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동반성장'이란 제목의 유한양행 이영미 부사장 강의를 들은 많은 분들은 레이저티닙 FDA 승인을 이룬 성공 스토리가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놀란 슬라이드가 따로 있다. '시장 점유 확대 : 슬롯사이트 vs IV' 라는 제목에 '슬롯사이트 amivantamab demonstrated noninferrior PK and efficacy'라는 결론이다. J&J의 슬롯사이트 아미반타맙의 PK와 활성이 IV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더 소름 끼치는 데이터는 IV보다 슬롯사이트가 암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늘린다는 것이다. PFS는 20% vs 37%이다. 수치로는 85%가 증가한 것이다. OS는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체 기간이다. 아직도 생존하는 환자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평균이 아닌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슬롯사이트로 바꾸는 이유인 편리성이나 시장 점유 확대 차원을 뛰어넘어 항암제 평가지표인 PFS와 OS가 늘어나는 것은 암환자가 더 오래 생존하는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슬롯사이트 vs IV, PK 등 약어 투성이기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저분자 화합물 경구제와는 달리 항체치료제나 단백질 의약품의 경우 정맥주사(Intraveneous injection, IV)가 일반적이다. 약물이 빨리 흡수돼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약물의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IV 항체 투여는 환자가 병원에서 침대에 누운 상태로 4~5시간을 맞아야 하는 만큼 환자에게 불편하고 비용이 문제다.
반면 피하주사(슬롯사이트)는 당뇨병 환자들이 맞는 인슐린 주사처럼 배나 허벅지 등에 5분 정도로 간단히 맞을 수 있다. 그러기에 환자 입장에서는 간단하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회전성이 높아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로슈의 허셉틴 퍼제타 예를 보면 특허 만기가 가깝고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으로 가격이 어차피 내려가는 만큼 슬롯사이트쪽으로 옮겨가면 새로운 특허와 시장 유지의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IV 항체 의약품 투여방식을 슬롯사이트 투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이 진행됐다. 교과서에 따르면 우리 몸의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이뤄져 있다[그림]. 슬롯사이트는 진피 아래의 소성결합조직(loose connective tissue)속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진피는 표피보다 10배 이상 두꺼운 실질적인 피부라고 할 수 있다.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과 피부를 탱탱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주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과 같은 물질들이 모두 진피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진피는 매우 견고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피부층이다.
슬롯사이트가 더 효과적으로 항체나 단백질을 체내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히알루론산이 계속 붙어 히알루로난이라는 당(糖)의 연결체를 느슨하게 해야 한다. 히알루론산의 분해를 촉매하는 효소인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를 주사해 약물과 함께 투여하면 그 분자의 분산 및 흡수를 증가시켜 신속한 슬롯사이트가 가능하다.
머크(MSD)가 불록버스터 키투르다의 비소세포암 1차 치료제로 키투르다를 슬롯사이트와 IV 제형을 비교한 임상3상에서 약동학적(PK) 지표 및 효능의 비열등성을 확인해 1차 종결점(primary endpoint)에 도달했다고 지난 11월 20일 발표하였다. 필자가 궁금한 것은 J&J의 아미반타맙처럼 키투르다의 PFS와 OS가 얼마나 늘어났을까?

머크는 지난 2월 알테오젠과 슬롯사이트 키트루다 제형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기술에 대해 전세계적인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맺은바 있다. 머크가 알테오젠과의 이전 계약을 변경한 데는 키트루다 특허만료와 맞물려 방어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이번 임상3상에서 슬롯사이트 키트루다 제형은 머크가 먼저 쓰던 제형이 아니고 알테오젠이 개발한 히알루로니다제(HA) 변이체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베라HA)와 병용 투여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지난 11월 12일에 의하면 머크가 미국의 할로자임(Halozyme Therapeutics)의 SC 제형 기술인 ‘엠다제(MDASE)’ 특허에 대한 ‘등록 후 특허취소심판(PGR)’을 제기했다는 슬롯사이트이다. 왜 그랬을까? 전 세계에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회사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머크가 특허무효 심판을 낸 것은 내년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의 SC 제형을 출시하기 위해 사전에 불확실성을 차단하려는 행보가 아닐까?
알테오젠 웹사이트에 따르면, 회사가 개발한 Hybrozyme Technology은 단백질 구조가 유사한 서로 다른 효소의 도메인을 치환해 원래 효소의 고유한 작용기작을 유지하면서 단백질 구조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단백질공학 기술이다. 알테오젠은 PH20에 Hybrozyme Technology을 적용해 효소 활성과 열 안정성이 증가한 새로운 PH20 변이체를 개발했다. PH20은 피하의 히알루론산을 가수분해해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 방식으로 약물전달 방식을 변경할 수 있고 5분 이내의 주사시간으로 슬롯사이트 편의성을 증가시킨다.
이 기술이 (혹은 특허가) 문제가 있을까? 아닌 것 같다. 키트루다의 매출은 2023년에 250억 달러(약 36조 원)를 기록하여 글로벌 단일약품 매출 1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인 키투르다 슬롯사이트제형 임상 3상을 성공하자 곧 할로자임 ‘엠다제(MDASE)’ 특허취소심판을 제기한 머크의 액션을 신뢰한다. 뜬금없는 추측보다는 연 250억 달러 매출의 크기가 말해준다.
참고
ㆍhttps://www.janssen슬롯사이트ience.com/products/darzalex-faspro/medical-content/rhuph20-overview-and-mechanism-of-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