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로슈·길리어드 이어...노바티스 반환 후 단독 개발한 베이진도 종료

PD-1 다음으로 주목받던 면역억제관문 단백질 토토사이트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병용 면역관문억제제로 전략을 구성했지만 생존율 개선은 뚜렷하지 않았고, 최근 베이진도 항-토토사이트 항체를 포함한임상 3상을 중단했다. 항-토토사이트 항체와 항-PD-1 병용 요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베이진(BeiGene)은토토사이트을 타깃하는 항체 치료제 '오시퍼리맙(ociperlimab, BGB-A1217)'의 임상 3상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고 3일(미국 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결정은 독립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가 'AdvanTIG-302' 토토사이트시험에 대해 사전 계획된 효과 부족 사전 분석(futility analysis)를 실시한 결과, 전체 생존율(OS) 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추가적인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AdvanTIG-302는 PD-L1 발현율이 높은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베이진의 PD-1 억제제 '테빔브라(Tevimbra)'와 오시퍼리맙 병용군과 머크(Merck)의 '키트루다(KEYTRUDA)' 단독요법을 비교한 토토사이트 3상이었다. 첫 환자 투여는 2021년에 시작됐다.
마크 라나사(Mark Lanasa) 베이진 고형암 CMO는 "우리는 가장 유망한 후보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자원은 신중하게 우선순위를 재조정한다"며 "이번 결정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오시퍼리맙은 원래 노바티스(Novartis)가 베이진으로부터 기술이전받아 2021년부터 공동개발을 진행했으나, 2023년 전후로 토토사이트 2상 결과 및 경쟁 상황 등을 이유로 권리를 반환한 바 있다. 이후 베이진이 단독으로 개발을 지속해 왔지만, 결국 3상 실패로 개발을 중단하게 됐다.
토토사이트 저해제는 한때 면역항암제의 다음 타깃으로 각광받았으나, 최근 들어 글로벌 주요 파이프라인들이 연달아 좌초되고 있다. 로슈(Roche)의 '티라고루맙(tiragolumab)'은 다양한 폐암 적응증에서 3상 임상 실패를 겪었고, 아커스바이오(Arcus) 및 길리어드(Gilead), 머크(MSD) 역시 관련 개발을 중단했다.
잇따른 실패 속에서 전문가들은 토토사이트 억제제의 병용 전략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두 가지를 동시에 투여하면 T세포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제 임상에서는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관찰되지 않거나, 오히려 면역 관련 이상반응(immune-related adverse events)으로 인해 조기 중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종양학 전문가는PD-1과 토토사이트 병용 전략이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PD-1과 토토사이트 모두 결국은 T세포를 다시 깨우는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 작용 말단이 겹칠 수 있다"며, "병용하더라도 새로운 경로가 열리는 게 아니라 중복된 자극만 반복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두꺼비집이 내려간 상태에서 거실 스위치 몇 개를 켠다고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며, 면역체계가 전반적으로 억제된 종양 환경에서는 관문 하나를 더 열어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토사이트 억제제의 실패는 단일 타깃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면역 환경과 병용 전략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토토사이트이 면역항암제 타깃으로서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한편,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해 아이테오스 테라퓨틱스(iTeos Therapeutics)와 공동 개발 중인 벨레스토터그(belrestotug)의 임상 3상을 시작하는 등,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